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 05 | 《재인, 재욱, 재훈》 출간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야” 아무것도 아닌 우연, 아주 조그만 초능력, 평범하고 작은 친절, 자주 마주치는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_‘작가의 말’에서 명랑하고 유쾌한 서사, 감전되고 싶은 짜릿한 상상력, 심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주제를 낚아채는 건강한 시선으로 한국소설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작가 정세랑의 소설 《재인, 재욱, 재훈》이 은행나무 노벨라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이만큼 가까이》를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그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두루 끌어안으며 우리 문학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제시해온 작가다. 이번 소설 《재인, 재욱, 재훈》에서 역시 그는 특유의 엉뚱하면서 따뜻한 상상력으로 누구라도 깜짝 놀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피서지에서 돌아오는 길, 형광빛 나는 바지락조개가 든 칼국수를 먹은 삼남매에게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다. 초능력이라 하기엔 너무 미미한 초능력에 당황해 있을 때, 누군가를 구하라는 메시지와 소포가 도착한다. 첫째 재인은 연구원으로 일하는 대전에서, 둘째 재욱은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서, 셋째 재훈은 교환학생을 간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누구를, 어떻게 구하라는 것일까?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에서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다정함과 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사건들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친절한 사람들이 남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물음에서 《재인, 재욱, 재훈》이 시작되었다. 일상에 찾아드는 다정한 우연들이 만나면 오늘부터 당신도 재인, 재욱, 재훈이 된다 “이 영화가 재미없는 건 맞는데,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일부인 것 같아. 히어로까지는 아니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재욱이 말했을 때 재인과 재훈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가 구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_본문 164쪽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미미한 초능력을 갖게 된 삼남매의 모험을 통해 누가 누구를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정한 일이고 값진 경험인지를 이야기한다. 위기 상황에서 타인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멋진 히어로가 아니라, 평범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인간에 대한 믿음이 느껴진다. 더불어 그 상황에서 구해지는 쪽은 위기에 처한 자가 아니라 구조하러 나선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은 이 소설의 온도를 더하게 하는 부분이다. 믿고 읽는 정세랑표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는 자신의 손톱이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해보거나, 흔히 보는 레이저 포인터를 밤하늘에 쏘아보거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경을 집중해볼지 모르겠다. 일상에 찾아드는 다정한 우연들이 만나면 오늘부터 당신도 ‘재인, 재욱, 재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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